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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주겠지 라는 말처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걸 앗아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몇 해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주고받았지만 서로 그리는 미래는 달랐다. 네가 미운 건 아니다. 싫지 않다. 단지 헤어질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탓에 서로의 일상에 서로가 많이 묻어있어 쉽게 털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올 줄은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했던 기억과 이별하는 지금 이 순간을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인간과 매우 흡사한 휴머노이드 철이의 이야기가 담긴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를 읽었다. 특별판 양장본으로 나온 책이 참 예뻐서 구매한 책인데 기대보다 많은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동보다는 슬픔을 많이 느낄 것 같지만 내 기준으로는 많은 생각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내용이라서 감동으로 느껴졌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등장인물 중 선이와 달마의 대화는 꽤나 흥미진진했었다. 인간 또는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 로봇의 존재에 대한 물음, 고통의 근원 등의 꼬리를 무는 철학적인 대화는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이슈인 'ChatGPT' 라는 인공지능 채팅서비스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마침 오늘 ChatGPT를 사용해봤는데..
겨울이 끝나가는 냄새 저녁 산책을 위해 나오는데 오늘은 뭔가 다른 것이 느껴졌다. 현관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나에게 불어온 바람이 이제 곧 겨울이 끝날 거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입김도 많이 옅어졌다. 요즘 늘 생각이 많아 혼란스러울 지경이지만 오늘은 겨울이 끝나가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 내게 겨울은 시작과 설렘을 주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겨울은 사적인 일들로 인해 심란한 마음으로 보내고 말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하지만 겨울은 다시 돌아온다. 다음 겨울은 온전히 즐길 수 있게 그리고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 당장 정신차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집중하자..
15000원의 값어치 시급이 만 원인 시대이다. 책값은 보통 15000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자신의 1시간을 투자하여 읽을 만큼의 값어치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자. 수필쓰기 강좌에서 들은 인상깊은 말이었다. 책을 낼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글을 더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이 솟게 만드는 강좌였다. 허접하게 휘갈겨쓰는 이런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읽힌다면 그 글은 작은 의미를 더하게 될 것이다.
결국 모든 건 미지근해지기 마련인가 어떤 연애건 시간이 지나면 뜨거웠던 사랑이 미지근한 관계로 바뀌기 마련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닌 경우도 극소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정말 그럴까? 나는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봤다. 사람의 감정도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뜨거운 마음이 결국 미지근해지는 것일까? 누구나 드라마나 영화같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지 않는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순순히 받아들여야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씁쓸하다. 식어버린 마음 그 이후의 사랑은 대체 뭘까? 아마도 나는 배울게 아직 많은 것 같다.
헌혈하는 날 오늘은 인생 28번째 헌혈을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면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다. 처음 헌혈을 했을 때가 아마도 20살이었던 것 같다. 흐릿하지만 학교앞에 와 있던 헌혈버스에서 했던 것이 첫 헌혈인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 군대에 있을 때는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말라리아와 관련된 지역에서 복무했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전역후에 다시 헌혈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은 좋아하던 운동선수가 헌혈하는 모습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가 컨디션에 영향이 갈수도 있는 헌혈을 한다는게 정말 멋져보였다. 또 하나는 일종의 양심(?)때문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일생을 누군가를 위하거나 도운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헌혈이라는 행위가 누군가에게 조..
수필 쓰기 강좌 지식이라고 예전에 유용하게 사용했던 평생교육사이트가 있다. 오랜만에 접속했더니 메인화면에 수필 쓰기 강좌가 있었다.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이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도 일종의 수필이잖은가 하찮고 두서없이 형편없어도 굳이 분류하자면 그런것 같다. 그래서 내일부터 이 수필쓰기강좌를 수강해보기로 결심했다. 대단한 글이 아니더라도 일단 쓰기 시작하니 이런 강좌도 눈에 들어오고 .. 역시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됐다.
불꽃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오늘은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을 봤다.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OTT로는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많이 봤다. 그래도 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의 "22" 캐릭터처럼 불꽃을 못찾은 채 수십 년 살았다.(22는 설정상 아마 수천년을 그렇게 산것 같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도 그런 것 같다. 부정할 수 없다.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입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경이롭고 부러워 미칠 것 같다. 소울은 그런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 특별한 재능을 발휘할 영역 즉 불꽃을 찾지 못한 내 삶에도 의미가 있다고. 불꽃. 인생의 목적은 그런게 아니다. 아니 목적은 없다. 인생은 그저 매순간을 즐기며 살아갈 뿐이다. 저세상에만 있다가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