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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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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집은 왜 폐업했을까? 우리집에서 5분정도 거리의 도로가에는 순대국 가게가 있었다. 처음에는 동네 아저씨가 괜찮다고해서 알게 된 가게였는데 언젠가 혼자 먹으러 가본 뒤에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프랜차이즈 순대국 특유의 맛도 좋아하지만 이 가게는 그것들보다는 뭔가 좀 순수한 느낌이었다. 맑은 느낌의 국물에 다데기를 풀어넣으면 내 입맛에 딱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느낌. 2인분 포장이면 만원도 안되는 가격이라 포장도 많이 해서 먹었는데 지난 여름부터인가 영업을 하지 않았다. 가게 문에는 다른 곳에 2호점 공사를 하고 있고 곧 돌아온다는 안내문이 붙어져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순대국이 아닌 다른 가게가 영업하고 있는 것 같은데 순대국이 아니라 무슨 가게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왜..
한국인들 일본 여행 많이 가네. 코로나19로 일상이 제한되던 시기가 점점 풀어지고 엔저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여자친구도 최근에 일본의 홋카이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3년전인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한 번 다녀왔었던게 다인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상깊게 남아있는 여행지 중 하나다. 나는 일본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역시 갓길주차가 없는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차이를 모르고 뭔가 그냥 깔끔한 느낌뿐이었는데 갓길주차, 주정차가 없는 풍경때문이었다. 골목길 다니는데 얼마나 좋던지...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골목길마다 수류탄을 터트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2700만대가 있다고 한다. 그게 또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을테니 주차문제로 살인이 일어나는게 놀랍지도 않다. 굳이 일본에게 배울..
도망친 여자 오랜만에 홍상수 영화 하나를 봤다. 제목은 도망친 여자. 별 생각없이 보는데 웃긴 씬이 나왔다. 길고양이들때문에 못살겠다는 이웃주민 남자와 길고양이들에게 계속 밥을 주는 여자의 대화였다. 둘은 매우 정중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할 말을 다 하는데 그 대화가 너무 웃겼다. 남자는 길고양이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이웃이 더 중요한거 아니냐고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죄송하다고 공감하면서도 고양이들이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대화를 한다. 나는 두 사람의 입장이 다 공감이 됐는데 여자의 말이 좀 재밌었다. “이웃도 중요하죠~ 그런데 저희한테 저 고양이들은 애기들이에요.” 애기들이면 집에 들여서 집안에서 키우지 왜 바깥에 나돌아다니게 두지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웃남자도 행복하고 여자 ..
의리로 결혼한다는 친구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곧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기간은 지났고 의리로 결혼한다고.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가슴뛰고 설레는 사랑의 감정 없이 결혼을 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머나먼 훗날 혼자 외로이 늙어갈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뿐이다. 내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걸까? 친구 말마따나 그냥 살 부대끼며 사는거 별거 없다치고 살면 그게 다인걸까? 때가 되니 생전 해보지 않은 고민을 매번 하게 된다.
그 하얀뱀은 무엇이었을까? 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쯤. (아마도 중1 전후라고 확신한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집안에 있던 하얀뱀을 잡으려고 쫓아갔다. 그때 나는 자고 있던것도 아니고 완전 깬 상태도 아니었다.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던 그 느낌을 설명할 길은 이것뿐인것 같다. 대체 그 하얀뱀은 무엇이었을까? 여전히 나는 모르겠다. 당시 내 무릎높이 정도에서 물뱀처럼 달아나던 그 하얀뱀은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기억날 것 같다. 그 하얀뱀은 애초에 우리집에 있었던 건지 아니면 밖에서 들어와있던 건지 모르겠다. 앞서 말한 수면상태도 아니고 잠에서 깬 상태도 아닌 그 순간 내 눈에만 보였던 하얀뱀을 나는 내가 누워 자던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쫓았다. 그때 나는 그 하얀뱀을 무척 잡고싶었다. ..
함박눈 내린 날 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오전 내내 눈이 내려서 창밖의 세상이 전부 하얗게 뒤덮였다. 나는 눈이 좋다. 특히 오늘 같이 천천히 떨어지는 뽀송뽀송한 느낌의 눈이. 오죽하면 눈이 쌓이면 바로바로 제설 작전을 실시해야하는 군대에서도 눈이 싫지 않았다. 왜지? 나는 왜 눈이 좋을까? 수북이 쌓인 눈이 복잡한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버려서? 옷이 젖어버리는 비와 달리 눈은 그나마 털어낼 수 있어서? 어릴 때 살았던 부산에서는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겨울을 좋아해서? (그러고보니 겨울을 좋아해서 눈이 좋은건지 눈이 좋아서 겨울이 좋은건지도 잘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꽤나 많을 것 같긴하다. 어쨌든 나는 눈이 좋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한 번은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읽게 됐다. 첫 번째 수기부터 나름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주인공인 요조의 생각은 도대체 어디까지 파고드는 걸까 싶을 정도로 그의 생각과 행동이 난해했다. 나는 가끔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눈깜짝할 순간에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요조처럼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의 기저에는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내용은 흡입력이 있었다. 결국 요조는 어떻게 될까? 파멸을 맞을까? 회생할까? 그런 마음으로 쭉 읽었다. 결론은.. 뭐.. 그렇다. 사실 요조가 가지고 있는..
운동 후 근육통으로 뻗은 날 몇 개월만에 하는 풋살경기 후에 근육통이 동반한 두통 소화불량으로 완전 쓰러진 날이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계속 쓰러져있었다. 저번 달에 등산갔다와서도 그랬는데 이번에 풋살하고와서도 이래서 정말 체력 저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휴 다행히 오늘 저녁쯤 되서 두통이 많이 가라앉아서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이제 슬슬 자려고 불을 껐는데 바로 누우면 저녁으로 먹은 전복죽이 잘 소화가 안될까봐 책을 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나는 진짜 체력이 실격이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