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그 하얀뱀은 무엇이었을까?

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쯤. (아마도 중1 전후라고 확신한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집안에 있던 하얀뱀을 잡으려고 쫓아갔다. 그때 나는 자고 있던것도 아니고 완전 깬 상태도 아니었다.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던 그 느낌을 설명할 길은 이것뿐인것 같다.

대체 그 하얀뱀은 무엇이었을까? 여전히 나는 모르겠다. 당시 내 무릎높이 정도에서 물뱀처럼 달아나던 그 하얀뱀은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기억날 것 같다.
그 하얀뱀은 애초에 우리집에 있었던 건지 아니면 밖에서 들어와있던 건지 모르겠다. 앞서 말한 수면상태도 아니고 잠에서 깬 상태도 아닌 그 순간 내 눈에만 보였던 하얀뱀을 나는 내가 누워 자던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쫓았다. 그때 나는 그 하얀뱀을 무척 잡고싶었다. “저거 잡아야되는데 잡아야되는데” 라고 말한 기억도 생생하다.

그때는 마침 부산에서 놀러온 사촌누나도 있었다. 나는 하얀뱀을 쫓으면서도 사촌누나가 놀러왔구나라는 사실도 인지했었다. 사촌누나 눈에는 내가 갑자기 자다가깨서 헛것을 보고 뭘 잡아야한다고 하니 꽤나 놀란 눈치였다.
결국 우리집 현관을 나선 하얀뱀은 그 순간 사라져버렸는지 놓쳐버렸었다. 나는 꼭 잡았어야 할 그 하얀뱀을 못잡아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자던 자리에 가서 잤다.

잠에서 깨고 난 후에 나는 아까 일어나서 하얀뱀을 쫓아 잡으러 갔던 것을 얘기했었다. 가족들과 사촌누나는 내가 갑자기 그렇게 일어났다가 다시 곯아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걸 인지하고 있었다는 부분에서도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괜히 몽유병같은 걸로 오해를 살까봐 나는 그냥 하얀뱀을 쫓았을뿐이다라고만 말하고 말았다.

정말 내가 그때 본건 헛것일 뿐인걸까? 그렇다기엔 형상이 너무 선명했다. 대체 그 하얀뱀은 뭐였을까? 정말 모르겠다.
문득 그때 그 하얀뱀이 또 생각나서 이렇게 써봤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망친 여자  (0) 2023.01.29
의리로 결혼한다는 친구  (0) 2023.01.29
함박눈 내린 날  (0) 2023.01.27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0) 2023.01.26
운동 후 근육통으로 뻗은 날  (0) 202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