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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결혼한 친구들은 왜 다들 불행할까?

연말이기도 하고 곧 생일인 친구가 있기도 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다가오는 6월이면 우리들 중에서도 기혼자가 50%가 된다는게 참 새삼스럽다. 아마 여기저기 내가 아는 친구들과 모임을 다 통계내보면 역시 50% 정도는 결혼한 것 같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내 주위의 기혼자들은 열에 아홉정도는 대놓고 불행해보인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만 다른 친구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고 당사자들도 결혼을 적극추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무리 사랑한다해도 수십 년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24시간 함께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친밀한 고등학교 동창이자 유부남인 친구는 얼굴이 점점 더 까매진다. 원래 검은 톤인데도 더 까매질 수가 있구나 싶다. 곧 결혼을 앞둔 다른 친구는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니 걱정이 많은 표정이다. 이미 결혼 한지 오래된 다른 친구녀석은 지옥에 온걸 환영한다는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나는 그 모습을 멀찍이 떨어져 흥미롭게 구경했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 결혼해서 가장 좋은 점이 뭐야?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을 잘 못하거나 대답을 하면 대부분

- 안정적이어서 좋아.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더이상 연애과정 속의 밀당이나 감정소비를 안해도 되서 안정적이라는 건지 혼자 늙어갈 일 없다는 의미의 안정적이라는 건지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항상 안정적이라는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는다.

 

나는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아이도 낳고 평범하게 살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실을 지켜보니 내가 생각한 평범한 결혼생활이라는 것도 어려운거구나 싶다. 결혼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듣고 싶어졌다. 그런 사람도 있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