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비토 VITO
2023. 1. 26. 00:07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한 번은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읽게 됐다.
첫 번째 수기부터 나름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주인공인 요조의 생각은 도대체 어디까지 파고드는 걸까 싶을 정도로 그의 생각과 행동이 난해했다.
나는 가끔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눈깜짝할 순간에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요조처럼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의 기저에는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내용은 흡입력이 있었다. 결국 요조는 어떻게 될까? 파멸을 맞을까? 회생할까? 그런 마음으로 쭉 읽었다. 결론은.. 뭐.. 그렇다.
사실 요조가 가지고 있는 배경이 부러워서 그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놀고 먹기만해도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집안, 잘생긴 외모..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뒤통수에서는 "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이런 개판으로 사는거야?!" 라는 말이 달려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소설속에서 가장 인간적이었던 건 어쩌면 요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위선의 가면을 쓰고 무엇이 진짜 자기 모습인지 분간이 안되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하나의 인간 그 자체, 그대로의 모습에 가까웠던 요조가 진짜 "인간"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했다.